제4화: 위험한 발걸음
서울의 밤은 깊었다. 김태연과 박재민은 고급 호텔의 로비에 도착했다. 호텔의 화려한 장식과 현대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태연의 마음은 무겁고 복잡했다. 재민이 던진 의심스러운 말들, 그리고 그녀의 기술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동안 태연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포였다.
“여기가 그 거래가 이루어진 곳이라고?” 태연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이곳은 유명한 호텔이었고, 평소 범죄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맞아. 여기서 양자 암호화를 이용한 금융 거래가 이루어졌어. 그리고 그 거래는 매우 은밀하게 진행됐지.” 재민이 대답했다.
태연은 호텔 로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위험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재민은 확신하고 있었다.
“우린 어디로 가야 해?” 태연이 물었다.
“VIP 라운지 쪽이야. 그곳에서 몇몇 수상한 인물들이 거래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어. 내가 미리 알아둔 정보에 따르면,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지.” 재민은 차분히 설명했다.
두 사람은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 VIP 라운지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라운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해야 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우린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 돼. 그들이 우리를 알아채면 바로 증거를 없앨 거야.” 재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긴장감이 가득 찬 채로 그의 뒤를 따랐다. 라운지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몇몇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가 이 거래와 연관이 있을까?
“재민, 우리가 뭘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줘. 난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아서…” 태연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이성적으로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직접 범죄의 현장에 발을 들이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걱정 마. 난 네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어.” 재민은 그녀를 안심시키며 고개를 돌렸다. “먼저 그들이 사용하는 암호화된 장비를 찾아야 해. 그걸 통해 거래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어.”
태연은 곧장 재민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한쪽 구석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몇 명의 남자들이 앉아 있었고, 그들은 휴대폰과 노트북을 통해 무언가를 주고받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맞는 건가?”
재민은 눈빛만으로 답했다. 그는 이미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태연과 재민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본 태연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그들은 발각된 걸까?
그러나 그 남자는 그저 화장실로 향할 뿐이었다. 태연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회야.” 재민이 빠르게 속삭였다. “지금 그들의 노트북을 해킹해 봐.”
“뭐? 내가 지금 여기서 해킹을 하라고?” 태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았다. 호텔 VIP 라운지 한복판에서 무언가를 해킹한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너 아니면 할 수 없어. 난 네 기술에 대해 잘 모르잖아. 네가 직접 해봐야 해.” 재민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태연은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연구실에서 수많은 복잡한 코드를 짜고,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서 바로 해킹을 시도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그러나 재민의 말이 옳았다. 지금이 기회였다.
“알겠어. 해볼게.” 태연은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약간 떨리고 있었지만, 이성을 되찾으려 애썼다. 그녀는 신속하게 노트북을 열고, 재민이 가리킨 장비에 접근할 방법을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한 선택이 모든 걸 바꿀 수 있어.’ 태연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뇌는 급속도로 돌아갔고, 그녀의 손은 익숙한 동작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녀는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암호화 시스템에 접속하는 데 성공했다.
“됐다. 접속했어.” 태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재민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좋아. 이제 그들이 주고받은 데이터를 확보해.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중요해.”
태연은 그들이 주고받은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녀는 소름이 끼쳤다. 이건 단순한 돈세탁이 아니었다. 그들이 처리한 데이터는 국제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양의 자금이동이었다. 누군가가 이 기술을 이용해 세계 경제를 교란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더 심각해.” 태연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말했다.
재민 역시 그 자료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추적해야 할 건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야. 이건 훨씬 더 큰 조직이야.”
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연구가 이런 식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충격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재민, 이제 뭐 해야 해?” 태연은 차분하게 물었다.
“지금 확보한 데이터를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해. 여기에선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어.” 재민은 서둘러 일어섰다.
두 사람은 빠르게 라운지를 빠져나왔다. 그들이 모은 자료는 범죄 조직의 증거를 담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태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
호텔을 벗어난 후, 두 사람은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긴장감이 가득했던 순간이 지나가고 나서야 태연은 약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찾은 자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태연이 조용히 물었다.
재민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걸 이용해 더 깊이 들어갈 거야. 우리가 확보한 정보는 그들의 활동을 멈추기 위한 첫걸음이야. 하지만 그걸로 끝나진 않아.”
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자신이 만든 기술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직시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재민이 잠시 말을 멈추고 태연을 바라보았다. “이제 너도 준비해야 해. 이 싸움은 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거야.”
태연은 재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녀는 이 위험한 길을 선택했으며, 그 끝까지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난 준비됐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야.”
재민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다음 단계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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