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다시 만난 그 남자
도시의 불빛이 밤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넓게 펼쳐진 창문 너머로 김태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의 모습은 마치 그녀가 이룬 성과를 축하해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태연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김태연, 30대 중반의 양자물리학자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연구 성과, 양자 얽힘을 이용한 암호화 통신 기술을 통해 금융 보안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 기술은 데이터 전송 중 도청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은행과 정부 기관의 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이 혁신적인 기술로 인해 그녀는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내일이면 주요 방송국에서 인터뷰까지 예정되어 있었고, 학계에서도 그녀의 이름은 명실상부한 천재로 자리 잡았다.
“박사님, 성공했어요! 모든 데이터가 예상대로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조수 한지수가 설레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태연은 화면에 떠오른 실험 결과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적인 암호화 통신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 세계가 이 기술을 손에 넣기만 하면, 모든 정보는 안전해질 것이다.
태연은 잠시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미묘한 불안감이 마음 한구석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녀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했지만, 그 완벽함이 오히려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한지수는 환호하며 실험 결과를 확인하는 동안, 태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지수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더는 지체할 필요 없겠지.”
한지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박사님! 축하드려요!”
하지만 태연은 쉽게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연구는 성공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뭔가 허전함이 남아 있었다. 마치 완벽한 방정식을 풀었지만 그 답이 잘못된 것처럼.
휴대전화가 울렸다.
태연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본 순간, 손이 떨렸다. 박재민.
몇 년 전, 태연의 인생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진 남자. 사랑했고, 모든 걸 함께하리라 믿었던 사람. 하지만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녀를 떠났다. 그때의 상처는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
태연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결국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네, 태연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안에 감춰진 무언가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네가 왜 지금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지?” 태연의 목소리는 차분해 보였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다.
“네 연구… 성공했다며? 축하해.”
재민의 말은 마치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단순한 축하가 아니었다.
“그래, 고마워. 하지만 네가 이걸 어떻게 알았지?” 태연은 짧게 묻고 싶었다. 재민이 그녀의 연구를 계속 주시해 왔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불편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알잖아. 뉴스에서 본 거야.”
그의 목소리는 변함없었다. 그러나 태연은 그가 무엇인가 더 알고 있다는 직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태연아, 네 기술이 정말 안전할까?”
그 한 마디가 태연의 심장을 찌르는 듯했다. 지금까지 완벽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암시. 그리고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이 하필 재민이었다.
“내 연구가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태연은 재빨리 반박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건 네가 잘 알아야 하지 않겠어? 완벽하다는 건 언제나 위험하니까.”
재민은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태연은 한동안 멍하니 전화기를 바라보다가, 손에 힘이 풀렸다. 그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녀의 연구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2일 후, 태연은 방송국 스튜디오에 있었다.
방송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그녀는 리허설을 마치고 잠시 대기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는 다름 아닌 박재민이었다.
“인터뷰 준비는 잘 되어 가?” 그가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
“여기까지 왜 온 거야, 재민?” 태연은 짧게 물었다. 그의 뜻을 알고 싶었다. 몇 년 전 떠났던 그가 이제 와서 무슨 의도로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내가 널 도와주러 온 거야.” 재민은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엔 여전히 감춰진 무언가가 있었다.
“도와준다고? 네가 대체 뭘 도와준다는 거지?” 태연은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가 돌아온 이유가 그저 도와주기 위해서일 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재민은 잠시 말을 아끼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연구, 나만 아는 문제가 있어.”
태연은 순간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의 기술은 완벽했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재민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그가 단순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라고?” 태연은 조용히 물었다. 마음속에 두려움이 스며들고 있었다.
재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떠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어. 네 기술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그때 알았거든.”
태연은 그의 말이 진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연구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만큼 중요했고, 이제 그 기술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태연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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