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우리는 이 책을 정말 읽었을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우리는 이 책을 정말 읽었을까?

 

어릴 적 한 번쯤은 제목을 들어봤고, 마치 읽었던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그중 하나다.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기에 왠지 읽었던 것 같았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본 적은 없었다. 이번에 제대로 책을 읽으며, 단순한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를 반영하는 한 편의 거울 같은 작품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저자요한 볼프강 폰 괴테출판더클래식발매2017.03.08.

 

괴테, 그리고 베르테르의 탄생

괴테는 1774년, 불과 25세의 나이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했다. 그는 당시 친구였던 예루잘렘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해 자살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괴테 자신도 샤를로테 부프라는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이렇듯 실존 인물과 작가 자신의 경험이 녹아든 이 소설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괴테 자신의 감정과 시대적 배경이 얽힌 작품이었다.

 

베르테르, 한 청년의 절망과 시대의 초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한 여인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절망하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단순한 줄거리 속에는 18세기 후반 유럽 사회의 시대적 배경이 깊이 녹아 있다.

 

“나는 내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괴테가 이 작품을 썼던 시기는 계몽주의가 막바지에 이르고, 합리적 이성보다 감정을 중요시하는 낭만주의가 움트던 시기였다. 베르테르라는 인물은 당시의 젊은이들이 겪었던 감정적 혼란과 사회적 현실 속에서의 무력감을 대변한다. 그가 느낀 좌절과 외로움,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갈망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의 젊은 세대가 공통적으로 겪었던 감정이었다.

 

베르테르 신드롬과 시대의 영향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 유럽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베르테르처럼 자신을 동일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났고, 이를 '베르테르 신드롬'이라 불렀다. 그의 슬픔은 단순한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하는 집단적인 감정이었기에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나는 그녀를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베르테르의 감정적 격정과 극단적인 행동이 다소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여인이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상태에서 계속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젊은이들의 정서적 좌절과 사회적 배경을 함께 고려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괴테는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연애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감정을 기록한 것이다. 이 소설의 성공 이후 괴테는 유럽 전역에서 유명해졌고, 이후 『파우스트』와 같은 더 깊이 있는 작품을 집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첫 성공작이 너무나도 큰 영향을 끼쳤기에, 한때 베르테르의 그림자가 자신을 억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도 한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아니면 가장 불행한 사람일까?”

 

지금 우리가 이 소설을 다시 읽는다면, 단순한 사랑의 비극을 넘어 그 속에서 청춘의 방황, 사회적 억압, 그리고 감정의 격동 속에서 길을 잃은 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8세기에만 머무는 소설이 아니다. 감정에 솔직했던 베르테르의 모습은 여전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아마도 우리가 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로 기억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이 책을 펼친다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시대와 개인의 고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